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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1-11 10:36
[한겨레] ‘건축’과 ‘도시’는 공공재다. (이효원교수)
 글쓴이 : BHRI
조회 : 1,310  
‘건축’과 ‘도시’는 공공재다
한겨레

이야기 담담

집 하나를 지으려면 따라야 할 법이 있다. 아파트 단지나, 대규모 상업시설같이 조금 큰 건물을 짓는다고 많은 규제와 법들을 지켜야 하고, 그러고 나서도 건축위원회니 하는 여러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내 땅에 내 돈으로 집 짓는데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고 할 만하다.

건축에 관한 법의 시작은 산업혁명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시의 공장에서 일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밀려왔다. 당시의 도시는 그 많은 사람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대충 얼기설기 지은 집들이 갑자기 늘었다. 우선 화장실이 문제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염병이 창궐했으며, 작은 불씨에도 쉽게 타버렸다. 안 되겠다 싶어 건축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화재라도 나면 집 하나의 문제가 아니어서 집과 집 사이의 관계를 다루고, 더 나아가 도시 전체를 건축법의 영향을 받도록 했다. 집 안에 햇볕이 들어와야 할 최소한의 시간을 얻기 위해 건물의 간격을 정했다. 소위 유해시설이라는 것들은 주택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게 했다. 느닷없이 모여 있는 모텔들도 바로 그 법 때문이다.

작년 10월 광주방송의 사옥 신축을 위한 심의 과정에서 ‘건축심의위원회의 갑질’ 등 건축행정에 대한 적지 않은 비판 기사가 보도되었다. 그런 위원회들에 상정되는 건물의 계획안은 그 많은 법과 절차를 일단은 지킨 것들이다.

이 절차에 대한, 비판에 대한 논란은 그 법들이 다루는 범위의 문제 때문이다. 건축법은 ‘건축물의 대지·구조·설비 기준 및 용도 등을 정하여 건축물의 안전·기능·환경 및 미관을 향상시킴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안전과 기능’에 관한 내용을 충족했다고 하더라도 ‘환경 및 미관’에 관한 문제가 그 위원회들의 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백화점이나 예식장이 들어서 발생하는 교통체증은 시민 전체의 고통이다. 대형 할인마트는 단순한 건축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문제다. 위원회의 위원들은 혹시 건물의 배치가 바람길을 막지는 않는지, 주변의 좋은 경관을 가리는 것은 아닌지를 확인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덧붙여 그 건물의 모양까지를 본다.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지, 또 현재의 디자인 추세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혹여나 그 건물의 디자인이 광주의 전체 모습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살펴본다. 하나의 추악한 건물이 우리 도시의 미래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는지 사례는 찾기 쉽다. 그래서 개인의 건물임에도 공공이 개입하는 것이다.

광주시는 ‘광주시 건축위원회 심의기준’을 엄격히 준수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하여 사업자의 부담은 줄이고 쾌적한 건축환경과 건축문화에 이바지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주목해야 할 점은 ‘사업자의 부담’이라는 단어다. 사업자가 과연 건축환경의 질에 대한 고민을, 건축문화가 어떠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어떤 수준으로 할 것이냐이다. 사업자를 자본이란 단어로 바꾸어보면 명확해진다. 자본이란 공익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 혹여 하더라도 그건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수행되는 위원회, 혹은 위원 개개인은 큰 이익을 목전에 둔 사업자들을, 자본을 도저히 이겨낼 수가 없다. 지금까지도 그래 왔는데 이제 심의기간의 엄수라는 기준으로 우리가 살아야 할 도시의 환경과 문화를 사업자의 처분에 맡겨야 한다는 것과 같다.

이효원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
세계의 모든 도시들이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주요한 수단이 문화다. 건축과 도시는 문화의 터전임과 동시에 문화 자체다. 시 당국은 위원회의 투명한 운영이나, 그 위원들의 선임 과정 같은 면피용 행정이 아닌, 어떤 건축들로 채워진 도시가 될 것인지에 대한 비전, 철학을 가져야 한다. 건축은, 도시는 공공재다.

이효원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


기사등록 : 2016-01-06 오후 08:03:09